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죽음을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의 정신이요, 세속을 초월한 달관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와 벗하는 상대는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과 '노을', '구름' .........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현실이 잠깐 소풍나와서 나들이하는 거라 믿는 시인의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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