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 1941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육사에서 교관으로 있던 엘리트 지식인이었던 신영복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대전 · 전주 교도소에서 20년간 복역하다가 1988년 8 ·15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우연한 기회에 책을 접하게 되었고 첫장을 읽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단순한 교도소에서의 불굴의 의지를 담은 얘기 인 줄만 알았는데 신천지에서 보석을 발견한 기분으로 한장한장을 넘기고 있다.
그 긴 세월속을 버티고 인내하게 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어떤 신념이 저자에게 사색하게 하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글 중에 인상에 남는 구절을 발취해 본다.
- 독서는 타인의 사고를 반복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얻는다는 데에 보다 참된 의의가 있다 ( p24 )
- 개인이 이룩해 놓은 객관적 '달성'보다는 주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지향'을 더 높이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 p64 )
- 독서보다는 사색에 더 맘을 두고 지식을 넗히는 공부보다는 생각을 높이는 노력에 더 힘쓰고 있습니다. 은하의 물결 속 드높은 별떨기처럼 ( p75 )
- 하늘의 비행기가 속력에 의하여 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에 지향과 속력이 없으면 생활의 제측면이 일관되게 정돈될 수가 없음은 물론, 자신의 역량마저 금방 풍화되어 무력해지는 법입니다. ( p95 )
- 절실한 일이 아니면 응달의 풀싹처럼 자라지 못하며, 경험이 편벽(偏僻)되면 한쪽으로만 굴린 눈덩이처럼 기형화될 위험이 따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 살면서 성격의 굴절을 막고 구김살 없이 되기란 무척 어려운 것 같습니다. ( p136 )
-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는 쉬운 이치를 생활의 골목골목 마다에서 확인하면서 여름 나무처럼 언제나 크는 사람을 배우려 합니다. ( p138 )
- 하는 일 없이 앉아서 땀만 흘리는 이곳의 여름이 몹시 부끄러운 것입니다만, 아무리 작고 하잖은 일이더라도, 새 손수건으로 먼저 창유리를 닦는 사람처럼, 무심한 일상사 하나라도 자못 맑은 정성으로 대한다면 훌륭한 '일'이란 우리의 징심(澄心) 도처에서 발견되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 p154 )
- 어둠은 새로운 소리를 깨닫게 할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나 자신의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어둠은 나 자신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캐어물으며 흡사 피사체를 좇는 탐조등처럼 나 자신을 선연히 드러내 주었습니다. 교도소의 응달이 우리 시대의 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주듯 하룻밤의 어둠이 내게 안겨준 경험은 찬물처럼 정신 번쩍 드는 교훈이였습니다. ( p199 )
- 사람은 스스로를 도울 수 있을 뿐이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도와주는 일'을 도울 수 있음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아라공의 시구를 좋아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 됩니다. ( p244 )
- 그 사람의 삶의 조건에 대하여는 무지하면서 그 사람의 사상에 관여하려는 것은 무용하고 무리하고 무모한 것이다. 더욱이 그 사람의 삶의 조건은 그대로 둔 채 그 사람의 생각만을 다른 것으로 대치하려고 하는 여하한 시도로 그것은 본질적으로 폭력입니다. 그러한 모든 시도는 삶과 사상의 일체성을 끊어버림으로써 그의 정신세계를 이질화하고 결국 그 사람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p297 )
-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 p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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