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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28 유정옥 /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들 셋, 딸 하나


나에겐 아들 셋, 딸 하나, 네 명의 자녀가 있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들이다. 아들 둘은 내가 낳았고, 나머지 아들 하나와 딸 하나는 하나님이 거저 선물로 주셨다.


1989년 어느 봄날, 우리 교회에 남루한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데리고 예배를 드리러 왔다.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예배 시간이어서 들어왔다고 했다. 아이들에 비해서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버지는 언뜻 보기에도 병색이 완연했다. 그 후에도 몇 차례 교회에 왔다. 예배만 드리고 갈 뿐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인지도 좀처럼 말하지 않았다. 철이 바뀌어도 그들의 옷은 바뀌지 않았다. 그 아버지는 두 아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인 것처럼 언제나 양손에 꼭 붙들고 있었고,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해 여름 7월 31일은 가장 무더운 날이었다. 오후 3시쯤엔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숨이 콱콱 막힐 정도였다. 그 시간에 울면서 다급하게 말하는 한 소년의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 우리 아빠가 숨을 안 쉬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갑작스런 전화를 받고 나니 귀에서 윙윙 소리가 날 뿐이었다. "밖에 나가 누구든지 어른을 붙들고 부탁해라. 우선 아버지를 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내가 곧장 그 곳으로 갈게. 그 곳이 어디니?" 나는 비로소 그 곳이 성남인 것을 알았다. 우리 교회는 종로 5가에 있으니 바삐 더나도 언제쯤에나 도착할지 아득하기만 했다. 몇 번 우리 교회에 나왔던 그 아이들의 아버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2학년인 어린 딸아이를 이 세상에 남겨 두고......


빈소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먼 친척이 있기는 한 것 같은데 혹시 왔다가 이 아이들을 떠맡게 될까 봐 안 오는 것 같았다. 빈소를 지키며 나는 그 아이들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 아버지는 깊이 병든 몸으로 왜 성남에서 종로 5가에 있는 우리 교회까지 먼 곳으로 와서 예배를 드렸을까? 무엇을 하나님께 기도했을까? 아마도 저 아이들을 부탁하지 않았을까? 병든 아버지의 기도 부탁을 듣고 하나님은 부지런히 찾으셨으리라. 그 아이들을 잘 길러 줄 새로운 부모를......


아! 그 후보 주에 내가 뽑힌 게 아닐까? 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를 그렇게 착하게 여기셨다니..... 우리 부부를 그렇게 믿으셨다니...... 나는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남편도 나의 등을 두드려 주며 자랑스러워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벽제에 매장해 주고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남자 아이는 우리 큰애보다 나이가 많아서 우리 집의 장남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 집엔 아들, 아들, 딸, 아들, 이렇게 네 명의 자녀를 두게 되었다.


그 날부터 19평짜리 우리 아파트엔 여섯 명이 복닥되기 시작했다. 방 하나엔 아들 셋이, 작은 방에 딸 아이가, 우리 부부는 부엌 겸 거실에서 살았다. 아침이면 하나뿐인 화장실 겸  세면실에 길다란 줄이 섰다.


나는 모든 것에 서툴고 잘 해낼 수 없었지만, 마음만은 항상 나를 믿고 나에게 이 아이들을 서슴없이 맡기신 하나님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또한 하늘나라에 가 있는 아이들의 아버지도 안심시켜 주고 싶었다. 그 아이들이 나에게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임을 알려 주고 싶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그 아들은 학원 한 번, 과외 한 번 시켜 주지 못하고 참고서 몇 권만 사 주었을 뿐인데 단번에 외대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해서 우리 부부를 기쁘게 해 주었다. 이젠 다 커서 너무 멋지고 잘생기고 훌륭한 청년이 되었다. 딸아이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게 자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딸아이가 아빠를 빼어 닮아 미인이라고 칭찬이다.


나는 지금도 누가 "자녀가 몇이세요?"라고 물으면 "아들 셋, 딸 하나"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물론 그 말에 "와! 요즘 세상에 무식하게 넷이나 낳았대"하는 소리가 이어질 것을 알지만 말이다. 나는 어버이날에 네 개의 카네이션을 하루 종일 가슴에 달고 다닌다. 그러면 여지없이 "젊은 여자가 촌스럽게 저게 뭐야"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 나는 "그래! 난 촌스러워. 촌스러워도 나는 좋아! 카네이션 네 개나 받을 수 있는 엄마 또 있으면 어디 나와 보라고 그래.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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