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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04 신영복 /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오늘의 책 2012.09.04 07:48 Posted by 따시쿵

자본주의 체제가 양산하는 물질의 낭비와 인간의 소외, 그리고 인간관계의 황폐화를 보다 근본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신영복 선생의 동양고전 강의.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를 '관계론'의 관점으로 새롭게 읽는다.


이 책은 '관계론'의 관점에서 고전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동양적 삶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인성의 고양'이며, 이 인성의 내용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결국 인성을 고양한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人)은 인(仁)으로 나아가고, 인(仁)은 덕(德)으로 나아가고, 덕은 치국(治國)으로 나아가고, 치국은 평천하(平天下)로 나아간다. 그리고 천하는 도(道)와 합일되어 소요하는 체계로써 인성은 이웃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 시대의 아픔을 주입함으로써 만들어가는 것이고 한 마디로 좋은 사람은 좋은 사회 좋은 역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Shin, Young-Bok,申榮福

우리 시대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 1941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육사에서 교관으로 있던 엘리트 지식인이었던 신영복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대전 · 전주 교도소에서 20년간 복역하다가 1988년 8 ·15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

지(知)와 애(愛)는 함께 이야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애정 없는 타자와 관계없는 대상에 대하여 알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진정한 의미의 지(知)라는 사실입니다. 엄청난 정보의 야적(野積)은 단지 인식의 혼란에 그치지 않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폄하하게 합니다. 더구나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사람이 '팔기 위해서' 진력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모든 것을 파는 사회이며, 팔리지 않는 것은 가차없이 폐기되고 오로지 팔리는 것에만 몰두하는 사회입니다. 상품가치와 자본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이러한 체제에서 추구하는 지식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는 한 점의 인연도 없습니다. 지(知)는 지인(知人)이라는 의미를 칼같이 읽는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는 무지(無知)한 사회입니다. 무지막지(無知莫知)한 사회입니다. 



2.

鄭知常(정지상) - 送人(송인)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비 개인 긴  강둑에는 풀빛 더욱 새로운데

남포에서 이별의 슬픈 노래 그칠 날 없구나.

대동강 강물 언제나 마르랴

해마다 이별의 눈물 물결 위에 뿌리는데



3. 

불편함은 정신을 깨어 있게 합니다.


無逸(무일)


周公曰嗚呼 (주공왈오호)

君子所其無逸 (군자소기무일)

先知稼穡之艱難 (선지가색지간난)

乃逸 (내일)

則知小人之依 (칙지소인지의)

相小人 (상소인)

厥父母勤勞稼穡 (궐부모근노가색)

厥子乃不知稼穡之艱難 (궐자내부지가색지간난)

乃逸 (내일)

乃諺 (내언)

旣誕 (기탄)

否則侮厥父母 (부칙모궐부모)

曰昔之人無聞知 (왈석지인무문지)


군자는 무일(無逸, 편안하지 않음)에 처해야 한다. 

먼저 노동의 어려움을 알고 그 다음에 편안함을 취해야 비로소 백성들이 무엇을 의지하여 살아가는가(小人之依)를 알게 된다. 그러나 오늘 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건대 그 부모는 힘써 일하고 농사짓건만 그 자식들은 농사일의 어려움을 알지 못한 채 편안함을 취하고 함부로 지껄이며 방탕 무례하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를 업신여겨 말하기를, 옛날 사람들은 아는 것이 없다고 한다.

     


4. 

부끄러움을 아는 사회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이 글은 덕치주의(德治主義)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정명령으로 백성을 이끌어 가려고 하거나 형벌로써 질서를 바로 세우려 한다면 백성들은 그러한 규제를 간섭과 외압으로 인식하고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될 수 있으면 처벌받지 않으려고 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부정을 저지르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와 반대로 덕으로 이끌고 예로 질서를 세우면 부끄러움도 알고 질서도 바로 세게 된다는 것입니다.


형(刑)과 예(禮)를 인간관계라는 관점에서 조명해보는 것입니다. 사회의 지배 계층은 예로 다스리고 피지배 계층은 형으로 다스리는 것이 주나라 이래의 사법(司法) 원칙이였습니다. 형불상대부(刑不上大夫) 예불하서인(禮不下庶人)이지요.



5.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이 구절은 정치란 백성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며 백성들의 신뢰가 경제나 국방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천명하는 구절입니다. 공자가 국가 경영에 있어서 신(信)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천명한 까닭은 물론 그 기능적 측면을 고려해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국경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신뢰를 얻으면 백성들은 얼마든지 유입될 수 있었지요. 그리고 백성이 곧 식(食)이고 병(兵)이었습니다.


이처럼 백성들의 신뢰는 부국강병의 결정적 요체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논어] 의 이 대화의 핵심은,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秦나라 재상으로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엄격한 법가적 개혁의 선구자로 알려진 상앙에게는 '이목지신(移木之信)'이란 유명한 일화가 있지요. 상앙은 진나라 재상으로 부임하면서 나라의 기강이 서지 않는 이유는 바로 나라에 대한 백성들의 불신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대궐 남문 앞에 나무를 세우고 방문(榜文)을 붙였지요. " 이 나무를 옮기는 사람에게는 백금(百金)을 하사한다." 옮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금을 천금(千金)으로 인상하였지요. 그래도 옮기는 자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상금을 만금(萬金)으로 인상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상금을 기대하지도 않고 밑질 것도 없으니까 장난삼아 옮겼습니다. 그랬더니 방문에 적힌 대로 만금을 하사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나라의 정책이 백성들의 신뢰를 받게 되고 진나라가 부국강병에 성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6.

참된 지知는 사람을 아는 것


樊遲問仁 子曰 愛仁 問知 子曰 知人


[논어]에 인仁에 대한 공자의 답변은 여러 가지입니다. 묻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안연顔淵에게는 인이란 자기(私心)를 극복하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克己復禮)이라고 답변하였고 중궁仲弓에게는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고 답변하는가 하면, 사마우司馬牛에게는 인이란 말을 더듬는 것(其言也訒)이라고 대답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의 의미는 특정한 의미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답을 공자는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仁을 애인愛人 즉 남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번지樊遲는 공자가 타고 다니는 수레를 모는 마부입니다. 늘 공자를 모시는 사람입니다. 물론 제자입니다. 번지에게 인의 의미를 애인으로 이해시키려고 한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자료가 없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위의 여러 가지 답변에 공통되는 점이 타인과의 관계라는 사실입니다. 극기복례克己復禮는 공公과 사私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며,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은 나己와 남人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마우에게 이야기한 인이란 "말을 더듬는 것입니다"(其言也訒)라고 하는 경우는 더욱 철저합니다.인이란 말을 더듬는 것이라고 하는 까닭은 "자기가 한 말을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어찌 말을 더듬지 않겠는가"(爲之難 言之得無訒乎)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한 말은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라는 뜻입니다. 이 역시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정직한 방법으로 얻은 부귀

 

子曰 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

貧與賤 是人之所惡也 不以其道得之 不去也

 

부귀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는 것이 아니면 그것을 누리지 않으며, 빈천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이 아니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다.

 

 

 

8.

이론과 실천의 통일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학學하되 사思하지 않으면 어둡고, 사思하되 학學하지 않으면 위태롭다"

사는 생각이나 사색의 의미가 아니라 실천의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그것이 무리라고 한다면 경험적 사고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이 보편적 사고라면 사는 분명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의 실천이나 그 기억 또는 주관적 관점을 뜻하는 것이라고 읽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경험과 실천이 가장 결정적인 특징은 현장성現場性입니다. 그리고 모든 현장은 구체적이고 조건적이며 우연적입니다. 한마디로 특수한 것입니다. 따라서 경험지經驗知는 보편적인 것이 아닙니다. 학學이 보편적인 것(generalism)임에 비해서 사思는 특수한 것(specialism)입니다. 따라서 '학이불사즉망'의 의미는 현실적 조건이 사상捨象된 보편주의적 이론은 현실에 어둡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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