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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1 정호승 - 아버지의 나이
  2. 2016.07.11 정호승 - 산산조각

정호승 - 아버지의 나이

좋은 글귀 2016. 7. 11. 16:53 Posted by 따시쿵

 

 

아버지의 나이

 

                           정 호 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정호승 - 산산조각

좋은 글귀 2016. 7. 11. 16:48 Posted by 따시쿵

 

 

산산조각

 

                             정 호 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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