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 마중물

좋은 글귀 2016. 3. 19. 11:29 Posted by 따시쿵



마중물

 

                                      - 임의진

 

우리 어릴 적 작두질로 물 길어 먹을 때

마중물이라고 있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대면 그 물이 

땅속 깊이 마중나가 큰물을 데불고 왔다


마중물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람이

우리들 곁에 있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

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견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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