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남편, 기고만장한 마눌...

일상다반사 2010. 8. 30. 13:2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돈 버느라 힘들고
쏟아지는 잠을 이기고 출근하느라 힘들고
술을 참느라 힘들고
몸에 좋지도 않은 담배를 피워 없애느라 힘들고
뚜벅이하느라 힘들고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들놈이랑 놀아주느라 힘들고
작은 차를 타고 놀러 다니느라 힘든
내 남편께서는

놀러가기전 혼자서 바리바리 다섯덩어리 여섯덩어리 짐챙기는 마누라를 보고
왕복 여섯시간 길을 꼬박 혼자서 운전하느라 다리가 저려 힘들어하는 마누라를 보고
놀러가서도 밥하고 짐 지키느라 물에도 한번 못들어가본 마누라를 보고
집에 와서도 짐 정리하고 빨래하랴 청소하랴 바쁜 마누라를 보고
저녁밥 하느라 씻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마누라를 보고
무엇보다도
다음날 병원 때문에 일요일 오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마누라를 보고

'왕짜증'에 '기고만장'하다고 핀잔하시면서
학처럼 고고하게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 계시다가
부랴부랴 차려드리는 저녁을 우아하게 드시고 난 후
나 몰라라 방으로 쏘옥 들어가 이불속에서 책을 읽으시며
고단한 하루를 정리하신다.....

이럴때
나는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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