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일상다반사 2012. 5. 9. 12:2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이야기 하나.

어버이날, 엄마는 외갓댁에 가시고 아버지 혼자서 점심을 드셔야 할 상황이 생겼다. 마침 나도 화요일 오전시간은 한가한 터라, 안가시겠다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해장국 집에 가서 한그릇 사 드렸다.

근래 들어 아버지가 그리 좋아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내장탕 한 그릇에 세상 다 얻은듯한 얼굴 하시는 아버지를 보니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죄송했다.

부모님 모두 건강하실 때 어떻게든 조금 더 신경써 드려야겠다는 생각, 요즘 많이 한다. 나도 이제 정말 늙나보다.

안 그러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한다고, 나의 선배들이 늘 하던 그 말을, 이제야 조금씩, 쥐 오줌만큼 알아가고 있다.

 

 

이야기 둘.

어느 날 저녁상을 물리고 난 후 아들녀석이 아빠에게 뜬금없이 묻는다.

"아빠는....다시 태어나면 엄마랑 또 결혼할꺼야?"

"아니." 칼 같이 단호한 남편의 대답. 순간 움찔했다.

"엄마는.....이 다음에 아빠보다 더 능력있는 사람이랑 결혼해야지.....왜 또 아빠를 만나냐."

순간 가슴속이 찌리하다. 울컥한 마음.

나야말로, 당신이 나 같은 사람 또 만나믄 안되니깐 혹여 또 사람으로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나서, 든든하게 당신 받쳐주는 재벌 형으로 태어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가족은 겉모습 뿐만 아니라 속마음까지 한덩어리가 되어 가고 있다.

 

 

이야기 셋.

학기 초, 아이가 학교 다녀와서 징징거렸다.

"엄마, 사실은 나 목요일에 학교가기가 싫어. 과학이 너무 싫어서."

사내놈이 과학을 싫어해...? 이게 머시가 될라고......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내색 않고 이유를 물었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교육 방법의 문제가 가장 컸다. 5학년밖에 안 된 것들한테 연강을 하는 것도 문제였고.

하여, 중간고사때 아예 처음부터 다시 가르쳤다. 두 개의 단원을 4등분해서 나흘에 걸쳐 차분차분, 실제로 꼬마 전구에 건전지까지 동원해서 전기회로 실험도 해 가며 가르쳤다.

나쁘지 않은 머리로 실수까지 하지 않아서 결과는 100점. 다른 아이들도 당연히 이 정도는 했겠거니 하고 특별나게 칭찬해 주진 않았더랬다. 그냥 "잘했네!" 정도.

그런데 웬일, 과학 백점은 반에서 아이 혼자뿐이었고 전교에서도 손가락에 꼽을만큼 시험이 어려웠다는 거다. 심지어 아이 친구의 엄마 한 분은 "글쎄, 간혹 가다가 이런 애들두 있다니깐..."하면서 아이의 점수에 놀라더란다. 덕분에 아이는 담임 선생님께 며칠동안 칭찬을 받았고 아이는 시너지가 생겨 으쓱거리며 학교를 다닌다.

낮은 자를 높이 들어 써 주시는 하나님, 머리 될 지언정 꼬리되지 않게 해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