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記者'의 이름

일상다반사 2013. 5. 14. 18:1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1996년, 사회에서 처음 기자질을 시작했을 때 신문사 선배들은 엄청난 양의 술을 퍼먹이면서 별의별 되도 않는 말을 주절거렸더랬다.

그 '되도 않는 말'에는 참 여러가지로 기함할만한 말들이 많았지만, 특히 기억나는 말은 '돈 내지 않는다. 줄 서지 않는다, 10만원 밑으로는 받지도 마라. 널 무시하는 것이므로...' 따위의 말이 있었다.

짬밥 깨나 먹었다는 이 선배의 말은, 이제 갓 신문사에 입사한 내가 들어도 참으로 유치하고 어이없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 신문사에는 이런 인종들만 있는건 아니었다. 漢學에 조예가 깊은 마음 넓은 선배도 있었고 호탕하기 그지없는 선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선배들은 신문사에서 기 한번 펴지 못했다. 돈 안 내고, 줄 안 서는 미친 선배들이 신문사를 쥐락펴락했더랬다.

정미홍이라는, 기자밥을 괴상하게 먹은 이 여인이, 30년 기자생활을 한 윤머시기를 믿었다가 죄다 거짓말인걸 보고 배신감을 느낀다고 썰을 푼다. 똥은 똥끼리 뭉친다더니, 괴상하게 기자질 한 인간들이 주거니 받거니 훈훈한 멘트를 날리고 있다. 다 썩어빠진 기자질을 한 듯싶다. 문제는, 기자질을 몇 년 동안 했냐는게 아니라, 기자질을 얼마나 어떻게 '제대로' 했느냐는 거다. 윤가나 정가나, 모두들 기자를 '한' 것이 아니라 기자를 '누린' 것이라고 나는 본다. 알량한 그 기자질들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빨대를 꽂았을까. 여기저기 피빨린 사람들 수억 수천일지도 모른다.

두 눈 부릅뜨고 또박또박 걸어도 똑바로 살기가 어려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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